CoC 팬메이드 시나리오 <클리셰 SF 세계관의 크리쳐는 그어그어하고 울지 않는다.>의 플레이 로그입니다. 약 8시간 플레이
W 청서
KP 크렛 (이스테 아이프라)
PL 이솝 (루비엔 레샤올렛)
나
ㅋ
나 크렛님이랑 절교할뻔했다 (아닙니다 진짜 즐겁게 다녀왔어요 정말로요
엔딩 2를 봤네요 아아 나는 최강의 인류... 이스테랑 곰인형 가지고 놀아야지
────
《클리셰 SF 세계관의 크리처는 그어그어하고 울지 않는다》
w. 청서
gm. 크렛
루비엔 레샤올렛 & 오르베 스트리지아
2020-05-16
폐부에서부터 강한 압력이 치솟고,
이내 거센 기침 소리와 함께 당신은 핏덩어리를 토해냅니다.
그와 동시에, 당신은 눈을 뜹니다.
모든 것이 얼어붙을 듯한 겨울 날의 추위 속,
회색 하늘 위로 어지럽게 흩날리는 눈송이들,
어깨의 상처에서는 끊임없이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끔찍한 비린내에 두통이 밀려오기 시작합니다.
불쾌한 기분에 팔이나 다리를 움직여보려 하면,
당신의 몸이며 옷가지 여기저기에 끈적하게 말라붙은 피가 눈에 들어올 것입니다.
눈부신 하얀 머리카락은 핏물에 젖어 불길한 색으로 물들고 맙니다.
몸에 꼭 맞는 검은 군복이 지독하게 무겁습니다.
당신이 생명줄처럼 쥐고 있던 총,
어디로 갔나요. 아,
저 멀리 날아간지 오래입니다.
그보다, 당신의 상처에서 흐른 피가 차갑고 끈적한 웅덩이를 이루고 있습니다.
자신에게 발생한 참혹한 상황, [이성 판정 0/1d2]

기준치: | 75/37/15 |
굴림: | 10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생각보다 괜찮은 것 같습니다.
기분이 조금... 나쁘기는 하겠지만요.

이,게 무슨.. 상황이지... (아프고..누운 채로 눈만 데록 굴려봄)
색이 다른 당신의 눈동자는 지금 무엇을 바라보고 있나요.
당신이 눈동자를 굴려 주변을 살피면,
그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오래된 라디오의 잡음 섞인 소리가 울려퍼집니다.
오늘은 크리쳐 발생 사…으로부터 866……니다. 안심…시오, 국민…….
좀 더 자세히 들어 볼까요?

좋습니다!
당신이 온 힘을 짜내어 소리에 집중하면,
안심, 안심하십시오.
안전지대의 최전방은 최강의 인류에게 지켜지고 있습니다.
잡음을 헤치고,
좀 더 분명하게 들려오는 목소리.
...
그러나 저게 다 무슨 소리란 말입니까.
안전지대가 무어인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나이가 기억나지 않습니다.
출생지,
부모,
심지어는 내가,
무엇을 하던 사람이었는지 조차도.
기억해낼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당신은 일어나야 합니다.
이렇게 한가롭게 누워있을 시간이 없거든요!
바짝 마른 입에서 비릿한 피의 맛이 느껴지고,
이 곳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가 치밉니다.
어... 치밀지 않아도 어쩔 수 없습니다.
어쨌든 이 자리에 누워 있다가는,
과다 출혈이든 뭐든,
여러 사인 중 하나로 꼼짝없이 죽어버리고 말 것 같거든요.
그러니까, 움직이는 게 좋겠지요?

다행히, 몸을 움직일 만큼의 여력은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당신이 간신히 몸을 일으키면,
아슬아슬하게 어깨에 매달려 있던 것 같은 팔은 생각보다 멀쩡하게 잘 움직입니다.
저 멀리 내팽개쳐진 총을 주워도 괜찮을 만큼요.

하아... (아마... 정황상 자신의 것으로 보이는 총을 주우러 갑니다.)
상상에 그칠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당신이 총을 주워들고 나면,
주변의 풍경이... 조금 눈에 들어올까요?
사방은 그야말로 질릴만큼 새하얗습니다.
낮이었다면, 분명 이 새하얀 눈밭에 빛이 반사되어 눈이 멀어버리고 말았을 거예요.
이 곳은 도시 외곽.
아득하게 휘몰아치는 눈보라 너머로, 도시의 야경이 빛나고 있습니다.
드문드문 어둠이 잠식한 도시는,
어쩐지 위태롭고 쓸쓸합니다.
[관찰]하여 살펴볼 수 있습니다!

기준치: | 65/32/13 |
굴림: | 1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어두운 밤하늘 아래에,
결코 고요하다는 말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풍경 아래에,
아! 고소한 향기가 코를 자극합니다.
10m 쯤 떨어진 곳에,
불 앞에 앉은 낯선 사람의 그림자가 눈에 띕니다.
당신을 등진 채 앉아 무언가 먹고 있는 것 같아요.
라디오 소리는, 저 곳에서 들려왔던 모양입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허기와 살벌한 추위가 당신을 괴롭힙니다.
저기 불 앞에 앉아있는 사람에게, 무언가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주지 않는다면...
뭐, 억지로 빼앗을 수도 있죠.
여러가지 방법이 있어요!
당신은 총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당신이 그에게 다가가면,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집니다.
매끄러운 눈을 밟을 때마다 발이 푹푹 잠겨듭니다.
온기, 식량.
그 외에도 당신이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쩐지 좀 들뜨는 것 같네요!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당신이 인영 가까이에 다가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림자의 주인은 고개를 돌리지 않습니다.
통조림의 파인애플을 일회용 포크로 집어드는 데에 여념이 없어요.
라디오 소리는 여전히 잡음이 뒤섞인 채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여전히 최강의 인류 운운하는 걸 보면, 시덥잖은 가십임이 분명해요.

최강의 인류라니 그런 게 어딨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잡음을 무시하고 그의 등을 두드리는 찰나에,
당신은 무언가를 깨닫습니다.
당신의 숨이 생각보다 거칠어져있다는 사실을요.
무엇을 위해 이 사람에게 접근했더라?
그러니까,
여긴 너무 춥고,
배가 고프고,
그래서, 식량과 온기를 얻기 위해서,
그리고,
아!
그래요.

... 그렇게 생각해 버렸는지도?
아니, 어쩌면 입 밖으로 내뱉어 버렸는지도?

그렇게 생각한 것은, 순수한 자신의 의지일까요?
부추기듯 두드리는 심장박동 소리가 빨라지면,
당신은 결국 참지 못하고 낯선 사람에게 달려듭니다.
아니, 달려들었을 텐데요...
분명 달려들지 않았나요? 당신의 의지와는 관계가 없을지라도요.
기억에도 없는 총은 그저 내던지고,
무작정 달려들었다던가,
아니면 주변의 무언가를 무기삼아 들었다던가...
...
짧은 순간,
커다란 소리와 함께,
당신의 세상이 거꾸로 뒤집힙니다.
그러니까, 당신의 시야가요.
당신을 거들떠보지 않던 그림자는,
어느덧 당신을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바람에 흐드러지는 녹색의 머리카락이며,
노을을 닮은 눈동자가 당신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그 모든 것들을 집어삼켜버릴 듯,
바람과 눈보라가 몰아치는 세계에서,
그것들로만 이루어진 흑백의 세상에서...
어라?
문득, 당신의 가슴 한 켠이 허전합니다.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심장이라거나.
심장이라거나...
심장...

...이런.
내려다보니 정말로 없습니다.
비유적인 표현 같은 게 아니에요!
정말로 없어요!
진짜로 없다구요!
심장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그저...
붉고 끈적한 액체로 뒤덮여 있어,
그 곳에 더 이상 무엇이 있었는지도 모를 것처럼...
대단하네요! 엄청난 위력이에요.
사람의 심장을 한 번에 날려버릴 만큼의 강력함이라니.
거대한 주포 따위에 맞은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가하게 이런 걸 추측하고 있을 때가 아닌 것 같지만요.
더 이상 피를 토할 틈도 없이.
시야 너머의 모든 것이 어두워지고,
몸을 지탱하고 있던 의식이 끊어지기 시작합니다.
강렬한 충격과 온 몸의 세포가 전멸하는 듯한 고통이란...
당신은 어렴풋하게나마,
자신의 죽음을 예감합니다.
그렇지만...
이대로 끝?
정말?
당신의 삶이 마무리되는 걸까요?
END 6. 배드엔딩.
탐사자 로스트.
...
아니!
아휴 너무 급해서 그만
우리의 모험은 이대로 끝나지 않습니다!
이대로 끝나서는 안 됩니다!
어쨌든 안 된다!
일반적인 상식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에,
[이성 판정, 0/1d3]

기준치: | 75/37/15 |
굴림: | 2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아니)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지만,
당신은... 그... 받아들인 것 같습니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그렇게 수긍한 것 같아요.

그런 걸지두
아무튼,
당신이 죽음을 받아들였거나,
혹은 받아들이지 못했거나...
혹은, 너무 충격적이라 아무런 감상조차 내뱉지 못할 무렵...
가물가물한 당신의 시야로, 무언가 들어옵니다.
낯선 사람의 손에 들린,
검고 긴, 섬세하면서도 복잡한 기체.
아까 당신이 집어들었던 것과 꼭 닮은 종류의 것.
그렇게 한참 대치 상태에 놓여 있으면,
날파리처럼 웅웅거리던 지겨운 라디오 소리가 드디어 말을 끝맺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시민 여러분.
아직 우리에겐 최강의 인류가 남아있습니다!
루비엔 레샤올렛 씨와 오르베 스트리지아 씨에 의해,
제 $[[0]] 번째 안전지대는 오늘도 지켜지고 있으니까요!
라디오가 고장났나 봅니다.
28 번째의 안전 지대는...

당신들의 손에 의해,
오늘도 지켜지고 있습니다!
아무튼 그런 헛소리를 끝으로,
모든 것이 흐려집니다.
당신의 눈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여전히 녹색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당신을 바라봅니다.
무전기를 고쳐 쥐고, 어,
어쩌면 당신에 대해 보고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높은 목소리는, 사무적인 어조로 덤덤하게 말을 이어나갑니다.

...한 번 리셋했습니다. 다음 소생까지 남은 시간은...

와!
저 사람은 정말,
어딘가의 SF 장르의 영화 등장인물처럼 말하는군요.
그런데, 방금 라디오가 뭐라고 말했더라?
정말, 이상한...
...
[ SYSTEM : 꺼져가는 의식의 틈을 비집고, 탐사자의 '소중한' 기억이 회복됩니다. ]
그러니까, 당신의 소중한 기억이...
와르르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천천히 읽어도 좋아요.
당신의 소중한 기억이잖아요!

완전 열심히 읽는 루비 귀여워.

내가 크리쳐???????? (놀라서 소리냄)
자! 모든 기억이 돌아왔나요?
당신에게 존재하는 기억은,
연구실에서 크리처로 태어나 생활한...
짧게는 1년에서부터, 길게는 3년에 이르는 시간이 전부입니다.
이상하다, 분명히 당신은...
최강의 인류일텐데도요.

저기, ...오르베? (마구잡이로 들어온 정보에 조심스럽게 이름.. 맞을까. 불러본다.)
오르베?
당신의 기억에 따라 조심스레 이름을 불러보면,
그러니까...
당신은, 놀랍게도 꿰뚫려있던 심장이 수복되어 있음을 깨닫습니다.
모든 것이 얼어붙을 듯한 겨울 날의 추위 속,
회색 하늘 위로 어지럽게 흩날리는 눈송이들.
그 가까이에서, 당신을 바라보고 있는 눈동자.
이전에 소생한 직후와는 달리,
혼란스러움은 한결 덜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 상황은 당신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입니다.
[이성 판정, 0/1d2]

기준치: | 75/37/15 |
굴림: | 82 |
판정결과: | 실패 |
1
여태까지 초연하던 당신조차,
이 상황만큼은 이해하기 어려웠던 모양이지요.

오르베라는 이름은, 인영의 것이 맞았을까요.
묵직하게 눈바닥을 즈려밟는 군화 소리가 조금 더 가까워집니다.

(잠시 생각하다가...) 이스테라고 불러도 괜찮아. 넌 늘 그랬거든.
다정한 목소리로 당신의 안부를 묻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면...
당장이라도 한 발 더 갈길 준비가 되어 있는 것만 같습니다.
무서워요.
빨리 정신이 들었다구 대답합시다.

들었어!
(아니 근데 아무리 봐도 내 심장 갈겼던 게 오르..아니.. 이스테인거지?? 그치만 열심히 고개 끄덕입니다.)

크리처는 이런 때마다 조금 곤란한 감이 있지만 말야.
(일단... 조심스럽게 손을 잡아 일으켰다.) 매번 말야, 널 죽이는 것두 꽤 힘든 일이야, 루비엔.
빛을 등진 탓에 보이지 않는 표정이,
그저 농담인 것인지, 정말로 힘겨운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게 합니다.
그래요,
오르베는 당신의 심장을 꿰뚫은 뒤에도 그저 농담같은 소리를 던지고 있지만,
어쨌거나 당신의 소중한 전우입니다.


뭘? ..나를? (심장을? 뭘?)

어...
(나를? 하는 질문에는 그저 웃음으로 응수했다.) 배고프지는 않고?
까마귀에게서...
소중한 전우인 당신을 되찾아온 무용담...
듣고싶은가요...?

ㅎ


과일 통조림이랑 착각해 버렸어. (흐흥.)


데운 파인애플 좋아해? (?)

셔?
시면.. 싫어.

익힌 파인애플은...
달아...


그렇지, 일단... (여전히 파인애플을 불 위에 구우면서...)
이전 임무는 성공적으로 끝냈어.




그래, 한 번.
그래서... 네가 다시 살아나길 기다리는 동안, 밥이나 먹을까 하구...
기다리고 있었어.
보통... 네가 다시 살아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좀, 무작위였는데...


(아무튼... 잘 구워진 달짝지근한 파인애플을... 조그만 일회용 그릇에 놓아 주었다. 파인애플 하나를 더 걸어서 불 위에 살랑살랑...)

아. (그릇 봄) (파인애플..응..금강산도식후경이라고어디서그랬어파인애플준거념념합니다.) 고마워..

생각보다 오래 걸려서, 얼마나 걸렸는지 세다 잊었어. (다시 구운 파인애플 하나 더 얹어주고...)
파인애플을 굽는 와중에도,
오르베는 여전히 조금 떨어진 도시에서 시선을 떨어뜨리지 않고 있네요.
...
기억을 더듬어보면, 이전 임무를 끝낸 직후에...
당신이... 사망했던 것도 같습니다.
살아난 직후에는, 열에 한 번 쯤...
오늘처럼, 기이한 충동과 함께 폭력적인 행동을 하게 될 때도 있었던 것 같네요.
그 때 마다, 당신의 파트너.
오르베가,
물리적인... '리셋'을 도왔던 기억이 납니다.
죽음은 익숙하지만 다정하지 않고,
다시 새로이 피가 돌기 시작하는 심장이,
폐에 흘러들어오는 공기는 유난히 차갑기만 합니다.



그걸 말이라구 해.
원망이 뒤섞인 눈으로 당신의 파트너를 보아도...
당신의 파트너, 인간은,
죽음을 경험해본 바가 없어,
그저 공감하지 못한 채로,
공감할 수 없음에 죄책감을 가진 눈으로 바라볼 뿐입니다.

죽음을 경험하는 것,
당신에게만 주어진 비극이자... 특권 같은 것.

그렇다고 울면 안 돼. (역시 가벼운 농담이었다.) 이 다음 임무가 또 남아 있거든.

다음 임무는 어디인데? 가까워?

너를 죽이는 건 난데, 네 물음에는 대답해 줄 수 없는 것에 대한 죄책감 같은 거라고 할까.
(애매한 표정으로 고개를 기울였다. 머리 끝을 몇 번 매만지다가,)
그래, 이번 임무는...
뿅.
허공에, 마치 무언가의 메시지처럼...
당신에게 퀘스트를 던지는 게임 속 메시지처럼...
지도와 당신의 임무가 주어집니다.


임무 수행 중 한 번,
그리고 아까... 습격으로 한 번.
두 번이나 죽어버려서... 그리 시간이 많지는 않아.

아...
. . . (응..)

...
오르베는... 어쩐지 마음 한 구석이 콕콕 찔립니다.

(이스테... 손이나 잡아주고 일어나요)
아직 배가 고플 당신을 위해...
오르베는 주머니에서 초코바 두 개를 꺼내듭니다.
초코바는... 간편하게 먹을 수 있으니까요!
받아 둡시다.

도라O몽 주머니.
좋습니다!
당신의 파트너는,
두 사람의 장비를 재빨리 점검합니다.
능숙하게 점검을 끝낸 후에, 당신에게 총을 건네주었고요.
매서운 칼바람에, 마치 반복적으로 재생되는 영상처럼 규칙적으로 머리카락이 흩날립니다.
A 시의 오늘 날씨는...
영하 20도.
아무리 방한복을 껴 입은들,
싸늘한 냉기를 완전히 막아내지는 못합니다.
방한복을 뚫고 침입해오는 싸늘한 냉기 속에서,
당신의 파트너는...
무어라 말하려는 듯 입을 벙긋거렸으나,
이내 거대한 소음에 묻혀버리고 맙니다.
쌓인 눈을 모조리 날려버릴 만큼 강한 바람,
거대한 소음과 함께 두 사람을 날려버릴 것만 같은 바람을 일으키며 두 사람의 근처에 내려앉는...
헬기입니다.

자. (네게 손을 내밀었고.)

(긍..차..끙..) 이스테, 좀 전에 뭐라고 그랬어?

(귀에 뭔가 쓰고 있어서...) 뭐라고 했어?
당신이 다시 입을 열 쯤이면,
두 사람을 태운 헬기는 상공으로 다시 날아오릅니다.
목표 지점은...
1주일 전, 크리처에게 점령당한 A 시.

(하면서 헬기 창문으로 아래도 내려볼래요)
(?내려다볼래요)
전력이 채 끊기지 않은 유령 도시.
창 아래로 펼쳐진 야경은, 눈이 시리도록 푸른 빛을 띠고 있습니다.
음울한 빛 사이 드문드문 자리 잡은 어둠은,
분명 도시의 예비 전력이 다해가고 있기 때문이겠죠.

뭐라고 그랬는데?! (되묻는 중.)

어? 뭐라고???!! (얘도 귀에 뭐 쓰고 있겠죠?? 같은 말 하는 중 됨)
당신의 질문에 무어라 대답하려고 하면,
곧 목표지에 근접해 간다는 조종사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타이밍두 나쁘지.

전력이 끊긴다면 생존자를 구해낼 확률도 떨어질테니,
어서 움직이도록 합시다.
...
헬기의 문이 열리고, 따가운 겨울바람이 휘몰아칩니다.
복잡한 머릿속이 한결 식는 것 같습니다.
발각의 위험 탓에, 헬기는 착륙하지 않습니다(!)

(이스테 봄) 우리
뛰어내리니?
네!
내려갈 방법은 단 하나!
목표 착륙 지점이 가까워지면...


당신의 파트너의 말이 떨어지기 동시에,
두 사람은...
맨 몸으로 도심에 뛰어듭니다!
쿵!

당신이 허공으로부터 찾기하면,
?
착지했습니다.
시멘트 바닥에... 커다란 소리와 함꼐 금이 가며,
사방으로 파편이 흩어집니다.
파괴력과는 달리, 미끄럼틀을 타듯... 능숙한 착지입니다.
조금도 문제가 없어요.
까딱 잘못하면... 머리로 착지하는 수가 있지만,

뇌가 터져도(!) 살아나는 당신의 체질 덕분에 가능한 작전이죠.

너무 인간미가 없어요.
그렇지만 당신은 크리처니까!

사실, 이 소리 때문에 발각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헬기보다는 눈에 덜 띄는 최선의 방법이니, 어쩔 수 없습니다.
우선...
두 사람 몫의 짐은 내려두고.
아직 저 위에서 떨어지는 중인...
당신의 파트너를 받아 볼까요!
[민첩] 판정합니다!

기준치: | 99/49/19 |
굴림: | 5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와!

이제는 익숙한 낙법입니다.
왜냐뇨!
당신은 최강의 인류... 크리처니까요!

어쨌든 이제는 익숙한 낙법입니다.
턱, 하는 소리와 함께...
당신은, 당신의 파트너를 두 손으로 받아...
사뿐히 안아 올립니다.
눈 내리는 도심이 한 눈에 보이는,
높은 건물의 옥상...
당신의 품에 안겨 있는 당신의 파트너와...
단 둘이네요.
물론...
낭만이라고는 존재할 수 없는 풍경이지만요!


현재 두 사람이 있는 곳은, 굴지의 대기업.
B 사의 옥상입니다.
A 시의 중심지이자 가장 높은 곳으로,
도시의 상황을 한 눈에 파악하기 가장 적합한 곳이죠!
지금은 새벽 두 시.
인간이 가장 감성적으로 물드는 시간...
아래로 새카만 밤의 장막이 드리워지고,
그 위로 창백한 도심의 빛이 덧씌워집니다.
당신의 파트너는, 다시 한 번 지도를 펼쳐봅니다.

미처 피하지 못한 사람들은... 아마 긴급 대피 구역에 뭉쳐 있을 거야.
당신의 파트너의 손가락 끝이 가리키는 곳은,
A 시의 긴급 대피 구역인 [학교] [백화점] [병원] [지하철 역] 입니다.
어디를 먼저 둘러봐야 좋을까요?

(아주 잠시 병원과 학교 사이에서 고민을 하고는) 역시 학교를 먼저 가보는 게 좋겠지? 어린애들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어린 아이들... 그렇지, 어른들보다는 아이들을 먼저 구해야지.
역시 내 파트너 다운걸. (후후... 루비엔의 머리를 잔뜩 쓰다듬어버리구...)

더 지체되기 전에 가보자. (머쓱하게 머리를 쓰다듬는 손을 잡았다. 잡고.. 내려서.. 내린 상태로 계속 잡고 있음)
C 고등학교의 긴급 대피 구역은... 강당입니다.
잠기지 않은 정문 너머,
운동장은 티 하나 없이 새하얀 눈이 이불처럼 덮여 있습니다.
두 사람이 한 발씩 내딛을 때마다, 두툼한 군화 아래 발자국이 새겨집니다.

학교라.
옛날 생각이 나는 걸. (학창 시절을 떠올리듯, 잠시 감상적인 얼굴이 되었다...)




이래봬도 빵은 잘 구웠거든. (어쩐지 조금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근데, 체육은 잘 못해서. 체육대회에는... 음...
늘 그늘 아래에 앉아서 응원하는 역할이었구.




진짜라니까. 100m만 달려도 숨이 차서 헉헉거렸다니까...

그렇구나... ...



음...

당신의 파트너가 하는 이야기들,
그러니까... 학교에서 나오는 식사의 맛이나 질 따위며,
종종 좋아하지 않는 메뉴가 나올 때는...
매점 신세를 진다거나, 옥상에서 몰래 간식을 먹는다거나, 하는...
그의 학창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문득 학교의 옥상에 시선이 갑니다.
옥상보다도 높게 치솟은 꼭대기의 깃발이 휘청이듯 흔들립니다.
그것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으면...
무언가 드는 생각이.
[지능] 판정합니다

기준치: | 65/32/13 |
굴림: | 29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물끄럼)
...
목구멍 아래에서부터, 어쩐지 낯선 감정이 치밀어오릅니다.
어쩐지 간지러운 듯 씁쓸한 이 기분은...
...마치, 그리움 같습니다.
...
돌아갈 곳도 없는 당신에게는, 안타깝게도, 과분하게 느껴지는 감정.


역시 이런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좋은 상황이 아니지. (조금 웃는 듯 했고.)

강당 문을 열고 들어서면,
휑한 어둠만이 두 사람을 반깁니다.
...
이 곳에, 생존자 무리는 없습니다.
아무도 이 곳으로 대피하지 않은 모양입니다.
[행운] 판정합니다.

기준치: | 40/20/8 |
굴림: | 3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앗,
주변을 샅샅이 살펴보는 당신의 시야에,
무언가... 종이 봉투가 하나 들어옵니다.
안을 살펴보면, 크림이 가득 든 빵과 우유가 각각 두 개.
어째서 이런 곳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비상 식량으로 요긴하게 쓰일 것 같습니다!





먹어도 괜찮을 것 같아. (도리도리)

(아니 그 있지 이스테 너를 의심하는 건 아닌데)
그럴 수도 있지
빵을 자세히 살펴 보면...
동물성 지방으로 만든 순수 우유 생크림이 가득 든 빵입니다.
우유는... 초콜릿 우유예요.
별다른 점은 없어 보입니다.
그냥... 맛있어 보입니다.

먹으면... 당신의 체력이 회복될 것만 같은...
마치 게임 속 아이템 같은...

(ㅋㅋ)

(곰곰)
이스테, 배고파?

아까 널 기다리면서... 굉장히 먹었다구.
(세 시간 이상의 기다림과... 식사...)


뽀시락 뽀시락...

봉투를 뜯고, 크림이 가득 든 빵을 한 입 베어물면...
아... 맛있겠다...
나두 크림빵 먹고싶다...

달콤한 크림과 폭신한 식감의 빵이 입 안을 가득 채웁니다.

당신의 체력이... 1 회복됩니다...
뗴잉
우유는...
신선합니다...
날이 추워서 그런가 봐요...
시원한 초콜릿 우유도 원샷합니다...

당신의 체력이... 어쨌든 1 회복되었습니다.
둘은 한 세트예요.
힘은 별로 나지 않지만, 맛이 있었다는 데에 의의를 둡시다.

(냠냠 먹다가 그래두 옆에 있을 이스테에게 빵 쫌 떼어서 입에 밀어넣어줌)
맛있다.

오르베의 입에도...
맛있다.

그치만 오르베가 만든 빵이 더 맛있을텐데.
당신의 파트너는... 돌아가면 당신에게 맛있는 빵을 구워주리라 다짐합니다.

어쨌거나 빵과 우유를 먹어치우고...
쓰레기까지 잘 분리수거하고 나오면...
다음 목적지는, 어디인가요?



좋은 생각이에요.
환자를 대피시키는 것도 중요한 일이니까요.

J 대학 병원의 긴급 대피 구역은... 대기실입니다!
두 사람이 병원 안으로 한 걸음 조심스레 들어서면,
익숙하지 않은 소독약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대피하지 못한 중환자가 있는지, 면밀하게 살펴 봅시다.

다행히, 대피하지 못한 환자는 없는 것 같습니다.

너는... 꽤 오랫동안 아파본 적이 없겠구나.
(고개를 기울인 채 생각하다가...) ...그건 마냥 좋기만 한 건 아니겠지.
정확히 말하자면,
아픔을 느껴도 금방 치유되는 몸이니,
아파본 적이 없다기 보다는...
...
뛰어난 재생력은, 당신의 육체가 가진 가장 커다란 장점이지만,
동시에... 인간이 아님을 실감하게 하는, 장치입니다.



고통은 인간을 보호하기 위한 통각 수단이라고 하던가요.
...당신에게는 아무 상관 없을 이야기입니다.
당신은... 긴 시간을 들여 치료를 받느니,
차라리 죽었다 살아나는 쪽이,
'효율이 높기 때문에'.
오로지, 효율만을 위해.
인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수호하기 위해.
그것으로 정말 괜찮은 걸까요. 당신의 파트너는, 그렇게 말하고 싶은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네가 내게 달려든다고 해도 나는 너를 저지할 수 있어.
그러니까... (음, 짧은 침음 후에,) 차라리 내게 달려드는 편이 나을 거야.
사람들을 해치면 안 되지.
우리는 인류를 수호하기 위한 최강의... (인류니까. 끝맺지 못한 채로.)

... ... 뭔가 마음에 걸리는 게 있는 거야?

혹시나. 네가 크리처로 다루어지는 게... 싫을 수 있잖아. 어쨌든, 적어도 인간적인 취급은 받지 못하니까.

그, (눈을 데록 굴리고) ...일단은 사람부터 찾자. 이스테 네가 무슨 의미로 한 말인지는 알겠지만, ...응.
그래요, 이런 상황에 동정이며 감성은 무의미합니다.
그런 조악한 것들은 내버려두고, 본연의 임무에 충실합시다.
그렇게 사람의 흔적을 수색하기를 한참,
문득 당신의 파트너가 입을 엽니다.

그럴 때는... (눈썹을 찌푸렸다. 아니, 역시 이런 말은 당신에게 할 수 없다. 괜히 내뱉었따는 생각이 든다.) 아냐.
애매하게 끝맺어진 문장 속에서,
당신은 어쩌면, 크리처가 되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는...
그런 의도를, 읽어냈을지도 모릅니다.
효율적인 수호를 위해서.
그 즈음에, 문득, 당신의 머리를 또 다시 스치고 가는 기억이 있습니다.
[지능] 판정합니다.

기준치: | 65/32/13 |
굴림: | 4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오늘따라 유난히 머릿속이 맑군요!

어쩌면 한 번 죽었다 살아난 게 도움이 됐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당신이 아팠던 기억을 더듬던 중,
문득, 어떤 기억 하나가 스쳐지나갑니다.
감기에 걸려서, 꽤나 고생했었던 기억이요.
열이 올라 끙끙 앓기도 하고, 코나 목이 막혀서 숨을 제대로 못 쉬기도...
...
어라,
당신, 감기에 걸린 적 있었나요?



정말?
분명히 당신의 것인데,
당신의 것일 수가 없잖아요.
크리처가 감기 따위에 걸릴 만큼 나약하던가.
혼란스러운 당신을 뒤로 하고,
의아한 낯빛으로 당신을 바라보던 당신의 파트너는...

일단... 구조자를 파악해야 하니까.
염려가 뒤섞인 말과 함께, 대기실의 문을 열어젖힙니다.

조심스럽게 대기실로 들어서면,
이 곳 역시,
인기척은 커녕 옷자락 하나 없이 휑합니다.
...
이 곳에도, 생존자 무리는 없습니다.
그러니까, 여기도 역시 아무도 대피하지 않은 겁니다.
[행운] 판정합니다.

기준치: | 40/20/8 |
굴림: | 87 |
판정결과: | 실패 |
(아아~)
아아!
인기척 하나 느껴지지 않던 대기실을 뒤로 하고 나오려는 찰나,
복도를 가득 메우는...
괴이한 형체의 무언가가 눈에 들어옵니다.
크리처입니다.

와! 몇 마리나 되는 걸까요.
아아아...
운이 없었어요, 당신.
크리처를 물리치고, 다음 대피소를 향해야 합니다!
전투는 루비엔 - 오르베 - 크리처 순으로 진행됩니다.
그저 쓰러뜨리는 것만이 목적입니다. 반격 및 회피가 불가합니다.

'사격' 판정 후, 성공 시 4D6으로 총 죽인 크리처의 수를 집계합니다.
판정이 실패할 경우 공격에 실패한 것으로 처리되어, 다음 순서로 넘어갑니다!
와! 게임 같다!

영화에 나올 법한 울음소리와 함께,
크리처들이 덤벼듭니다.
자, 당신의 사격 실력을 한 번 볼까요!

(별로 제 걱정은 안 필요할 것 같지만 암튼 말 하고 그... 쏩니다 저 크리처들을..)
기준치: | 55/27/11 |
굴림: | 10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최강의 크리처는 총도 잘 쏴.

당신의 탄환이 쉴 새 없이 허공을 가로지릅니다.
마치 빛과 같은 속도로 날아가서는,
16 마리의 크리처들의 중심부에 명중합니다!

당신의 파트너가 이렇게 힘내고 있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죠!
이제는 오르베가 총을 들 차례입니다.

네 걱정은... 안 해도 괜찮겠지?


기준치: | 25/12/5 |
굴림: | 2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어유 이걸

당신의 파트너는...
과연 파트너라는 이름에 걸맞게,
훌륭하게 13 마리의 크리처를 해치워냅니다.
이야~

한 턴 만에 크리처를 해치웠어요!

당신들의 앞을 가로막는 것은 더 이상 없습니다!
이제 다음 목적지를 향해 이동해야 하겠지요.

일단... ... 건물들부터 쭉 돌아볼까. 백화점으로 갈래?

그래, 백화점. (고개를 끄덕였다.) 병원이나 학교 같은 곳은... 남아있지 않은 편이 나을 거라고 생각해.


K 백화점은, 병원에서 제법 거리가 먼 편입니다.
쥐새끼 한 마리 없는 텅 빈 도로를,
오로지 불빛과 지도, 그리고...
두 사람의 빠른 발에만 의지해 나아가야겠지요.
열심히 달립시다!


마치...
어느 만화 영화에 나오는...
동양의... 그것.처럼 내달리다 보면...

어느새 백화점이 눈에 보이는 것은 순식간입니다.
우리는... 최강의 인류와 크리처잖아요.
K 백화점의 긴급 대피 구역은, 지하 주차장입니다.
고층 백화점의 불빛은, 멀리서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게 빛나고 있습니다.
그만큼... 크리처들에게 노출될 위험이 크겠죠!
당신들도, 대피자들도, 조심, 또 조심해서 움직여야 할 것입니다.

입구의 회전문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일곱 바퀴 쯤 돌고 있던 당신의 파트너가 입을 엽니다.


...크리스마스라니까. (여덟 바퀴 째 돌기 시작함.)

응...

물론... 우리는 연중 무휴야.
인류를 지키는 데에는 연휴가 없어. (빙글... 빙글...)
빙글... 빙글..

(저기) 이스테.......... (진지하게 지금 나를 웃겨주려고 개그하는 건가 생각해보는 중)
빙글... 빙글...
천천히 돌던 회전문은, 당신의 발에 걸려...
이윽고 움직임을 멈춥니다.
당신의 파트너가 간신히 들어왔습니다.

...

머쓱.

어색한 침묵이 짧게 흐른 뒤에...
...

큼...
어색한 공기를 무마하기 위해,
당신의 파트너가... 애쓰고 있습니다.

그치.


응?
(ㅋㅋㅋㅋㅋㅋㅋㅋ)

뻘쭘해서 그래 뻘쭘해서


말하면 큰일날 듯.

아무튼....... 그래서.

응.

(흐흑)


그러니까... 맛있는 걸 먹을 거라구...
친구들한테... 맛있는 케이크를 구워줄 거거든...


(잠시 생각하다가,) 케이크 좋아해?


지금 열심히 힘내 봐도... 다 짜 주기에는 좀 무리야. (짧게 웃었다.) 좋아하는구나, 다행이다.
케이크는 한 번에 여러 판 구워줄 수 있거든.
그래서...
어차피 우리는, 휴일 같은 거 없으니까. (사실 우리는 매일이 휴일이 되는 편이 인류에게 이롭지. 농담도 던지다가.)
그러니까... 음, 크리스마스 이브에, 같이 파티라도 할까 하고.



하루 강제 파업한다구 하지 뭐.
그래도 괜찮은가?

당연히 안 괜찮지.

그렇지만 몇 시간의 휴식 정도는, 허락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최강의 인류도, 최강의 크리처도.
크리스마스를 즐길 권리는 주어져야 하지 않겠어요.
미리 크리스마스!


초록색은...
당신의 파트너의 머리카락으로 대신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케이크에 얹지 않을 겁니다.

(깜짝이야)
어쨌든 색은 맞췄어

별모양 머리띠도 써야겠네요.
그치만...
나의 별은...
루비엔인걸...★

아니. 이럴 시간이 없습니다.

어서 움직이도록 해요, 최강의 인류와 크리처!
어허!
어허!
이렇게 게으름 피울 시간이 없다니까요!

아무튼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계획하는 두 사람은...

(응..)
대피소인 지하 주차장을 향해 신속하고 조용히 움직입니다.
딸기 생크림 케이크와 칠면조를 생각하면서...
아니, 대피자가 무사하기만을 바라면서...

어허.

아무튼, 크리스마스 계획을 세우는 당신의 파트너는...
꽤 들떠 보입니다.
백화점 안은 쥐죽은 듯 고요합니다.
그저 당신들의 발소리만, 넓고 텅 빈 건물 안에 저벅 저벅, 울려퍼질 뿐.
문득, 당신의 눈 앞에...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아이가,
기쁜 얼굴로 뛰어다니는 모습이 그려지는 듯 합니다.
[지능] 판정합니다.

기준치: | 65/32/13 |
굴림: | 4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웬.. 아이?)
그냥... 그런 모습이 떠오르지 않나요?
아닌가? 크리처는 그런 모습을 떠올리지 않는 걸까요?
뭐, 그렇죠.
연휴나 명절은 당신과 상관 없는 이야기였습니다.
늘 그랬어요.
그렇지만, 당신의 파트너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지금은...
조금 기대가 되나요?
함꼐 들뜨곤 하나요?
당신의 파트너는 훌륭한 요리사이고, 훌륭한 파트너이고, 전우이니까...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도, 괜찮지 않을까요?
기대감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합니다.
낯설면서도, 낯익은 감정입니다.
...
주차앙에 들어서면,
역시나.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저, 아까부터 울려퍼지던 당신들의 발소리만,
조금 더 크게, 저벅저벅. 울려퍼질 뿐입니다.
주차된 차의 내부를 낱낱이 살펴도...
이 곳 역시, 생존자는 없습니다.
익숙하게, [행운] 판정합니다.

기준치: | 40/20/8 |
굴림: | 2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뭘까 정말 주사위)
분위기를 읽은 크리처들
크리스마스 계획으로 들뜬...
최강의 인류와 크리처의 앞을
감히 가로막지 못합니다.

그 대신...
주차장 한 구석에는,
음료수 캔 자판기가 놓여 있습니다.
동전을 넣지 않아도...
당신의 파트너,
최강의 인류의 주먹질 한 방에(!)

음료수가 와르르 쏟아져 나옵니다!
음~ 공짜 음료수~



루비엔이 봐 주자
한 번만 봐 주자

아무튼 목이 마르면 말을 하지... ... (이미 와르르 쏟아진 거 어쩌겠어 응) 얼른 마셔, 이스테.
인류를 구하는데 음료수 갈취 쯤은 괜찮아!
어쩌겠어 이미 쏟아진 거
다시 넣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한 캔씩 들고...
마시나요? 벌컥벌컥?

당신이 좋아하는 음료수의 맛!

포도!
상큼한 포도맛 음료가 당신의 식도를 타고 상쾌하게 넘어갑니다.
그럴 상황도, 여유도 없지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는 것 같습니다.
당신의 이성치가... 2 회복됩니다!

그렇지만 회복되는 것은 당신의 기존 이성치 뿐입니다.
원래 게임이란 그래요.
100hp를 회복시키는 엘릭서를 마셔도...

당신의 체력이 50이고, 100이 한계치라면...
나머지 50은 버리는 게 되는 거지요...
그렇지만 맛있으니 괜찮지 않을까?

웅.
그렇지만 당신의 정신이 말짱해졌으니 괜찮은 거 아닐까요?

(맞아맞아
좋은 게 좋은 거지!
두 사람이 음료수를 홀짝이고 나면...
그래요, 이제 남은 곳을 둘러 보아야지요.

거기에는... 있겠지.
지하철 역은 대체로 철로가 여기저기 이어져 있고,
잘만 하면 크리처를 피해 도망칠 수도 있을 거야.


우리 애들 분리수거두 잘해.
사람두 없는데
어째서 이렇게까지 사람이 보이지 않는 것일까요?
아무리 한 곳에 대피해 있다고 해도,
아무리 무사히 대피를 했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없을 수가 있나?
의아함을 안은 채, 지하철 역사로 향합니다.
A 역 전체가, 긴급 대피 구역으로 지정된 것 같습니다.
백화점에서부터 지하철 역까지,
지하에 이어진 긴 통로를 저벅저벅, 걸어나갑니다.


그래도 차라리 아무도 없을 때 보여서 처리하고 가는 게 나을지도... (아예 안 나오면 좋겠.지만.)

...사람이 없는 곳에 나타나는 게... 음, 차악이기도 하고. (조금 웃고)
길게 이어지는 통로를 따라,
역 내부로 향하는 계단을 밟아 내려갑니다.
앞서 걷던 당신의 파트너가, 별안간 뒤를 돌아봅니다.








철로가 이어진 곳이면 어디든 갈 수 있어.
소리는 제법... 크지만.
사실, 그래서 별로 좋아하지는 않아. (다시 웃었다.) 땅 아래를 다니는 거잖아.
답답하고, 시끄럽고...
당신의 파트너는, 쉴 새 없이 입과 다리를 움직입니다.
두 사람은 계단을 타고, 점점 더 아래로 내려갑니다.


그냥, 가끔... 친구들이랑 놀러갈 때?
학생이잖아. 운전 같은 거 못하니까.
지하철은 그게 장점이지, 안전 구역 내라면 어디든 갈 수 있는 게.
면허 같은 게 없어두 말야. 그게 꽤 편하거든.


그러니까... 음, 지금 우리가 향하는 곳, 역에서 타고 내릴 수 있지. 역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타고 내릴 수 있어.
지하 특유의 퀘퀘하고 습한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문득 당신의 파트너가, 당신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문득 한 가지를 떠올립니다.
[지능] 판정.

기준치: | 65/32/13 |
굴림: | 67 |
판정결과: | 실패 |
(아아
아아...
그래요, 한 가지를 떠올립니다.
이처럼 어리석은 이야기는 없다는 사실을요.
당신은 어차피 목줄 매인 개나 다를 것이 없는 처지인데,
자유를 누릴 수 있을 날이 올지, 오지 않을지도 알 수 없는데.
가고 싶은 곳이 있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란 말입니까.
가슴이 꽉 막힌 듯 답답한 기분이 듭니다.
어차피 누리지 못할 자유입니다.
무얼 말해도, 소용 없을 것이라는 기분이 들 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다나 숲에 가 본 적 있어?
아니, 없겠구나... 바다나 숲에 같이 가 보자.
하얀 모래사장이 있고, 푸른 바닷물이 끝없이 펼쳐져 있어.
엄청 멋진 곳이야, 바다는.
그러니까... (문득, 생각난 것처럼 네 눈을 들여다본다.)

바다는 당신을 닮았습니다.
노란색과 푸른색이 뒤섞인 당신의 눈동자를요.
자유 따위는 기대한들 소용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잠깐이라면, 정말로 잠깐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약간의 희망을 품은 이야기를 나누며, 역 내부로 들어섭니다.
이번에는 정말로, 대피자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
그러나, 이번에도 당신들의 기대를 짓밟는 마냥,
역 내부는 싸늘하리만치 휑합니다.
인기척이라고는 하나 느껴지지 않는,
사람은 커녕, 하다못해 시체 한 구 조차 없는.
이제... 익숙하겠지요?
당신의 [행운] 판정입니다.

기준치: | 40/20/8 |
굴림: | 2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진짜 주사위 뭘까)
당신들은... 정말로 운이 좋은 편인 것 같습니다.
왜냐면...
이번에도 크리처 대신 간식 따위를 파는 자판기가 놓여 있으니까요!
이번에는...
상냥한 루비엔을 고려해서,
당신의 파트너가 때리지 않아도 되도록...
친절하게 자판기의 유리창을 깨 놓았습니다(!)

집어서 가져가면 됩니다.



인류를 수호하는 최강의 뮈시기인데
초코바 좀 가져간다구...
큰 일이 나지는 않을 겁니다.

두 사람은... 쪼꼬바를 챙겼습니다.
지금 먹기에는... 이미 심신이 든든하지만요.
챙겨두면 요긴하게 쓰일 것입니다.

루비엔의 주머니에는...
맛있는 크림빵과 우유, 초코바 두 개가 들어 있습니다.
와! 도라O몽!

────
그럼... 마저 이어가보도로 하겠읍니다
────
지금까지의 이야기...
두 사람은 도라O몽이 된 채로 도시 곳곳의 대피소를 수색했으나...
사람의 흔적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는 이야기.

당신의 파트너는,
지도를 바라보며 한참 생각에 잠겨 있습니다.

긴급 대피 구역이었던 곳을 하나씩 짚으며,

뭔가 놓친 게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전부 사람들이 모이기는 쉬운 곳이지만, 크리처가 모여들기는 어려운 곳인데.
그래서 긴급 대피 구역인 건데...


당신과 당신의 파트너는, 잠시 어딘가에 걸터앉아 지도를 다시 한 번 꼼꼼히 살펴보겠지요.
여러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겠죠?
예를 들면... 누군가가 크리처에게 정보를 흘렸다거나.
보이는 것 이상으로 도시의 침식률이 높다거나...
아니면...
전부 함정이라거나?

아니면... ...
(이마를 꾹 누른다. 함정? 무엇을 위한? 우리를 이곳에 잡아두기 위한? 고민하는 얼굴로 한참이나 가만히 서 있음)
루비엔은 열심히 가설을 내놓아 봅니다... 부지런한 최강의 크리처...
그렇게 한참 고민하고 있으면,
무언가 이상한 소리가 들리지 않나요?
[듣기] 판정합니다.

기준치: | 40/20/8 |
굴림: | 87 |
판정결과: | 실패 |
(에에_
에엥

한참 중얼거리던 당신의 파트너는,
문득 무언가 미심쩍은 표정으로 고개를 듭니다.


(고민) 뭔가 들린 것 같기는 한데... (뭔지 잘 모르겠다. 저 한 번 더 귀를 기울여볼 수 있을까요)
당근이죵
루비엔은 다시 한 번 귀를 기울여봅니다!

기준치: | 40/20/8 |
굴림: | 3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나참)
(쫑긋!)
귀가 밝은 루비엔은...
무언가 웅웅대는 듯한 미약한 소리를 감지합니다!
어쩌면 생존자가 보내는 구조 신호일지도 몰라요.
어떻게 생각하나요?


들리는 곳으로 가 보자. 여기에 가만히 앉아만 있을 수는 없으니까...
그러면, 두 사람은 잽싸게 소리가 나는 곳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생존자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에, 더욱 재게 발걸음을 놀립니다.

두 사람이 열심히 움직여 도착한 곳은...
다름이 아니라, 빈 공터네요.
공교롭게도 소리는 더 이상 들려오지 않습니다.
갑자기 거짓말처럼 끊겨버린 신호.
당신의 파트너는, 의뭉스러운 표정으로 총을 고쳐쥡니다.


그러게, 들리지 않네...
신호를 보내던 사람에게 문제가 생겼거나, 아니면...
...역시. 함정인가?
그런 의문이 다시 피어오를 쯤,
오르베 스트리지아?: 여태 어디 있었어? 루비엔.
어라?
당신의... 파트너?
파트너가 저 너머에서 걸어 나옵니다.

그러니까... 당신 옆에서 잔뜩 경계하는 표정으로 총을 들고 서 있는 파트너 말고요!
또 다른 파트너가요!
혹시 당신 파트너가 쌍둥이라는 이야기라도 들은 적 있나요?
좌우지간 저 너머에서 걸어나오는 당신의 파트너는,
당신의 곁에 있는 오르베를 보고는 매우 날카로운 목소리로 쏘아붙이며 이를 드러냅니다.
오르베 스트리지아?: 루비엔! 이 쪽으로 와.
그건 가짜야!

이게 무슨 상황이야? 이스테. 저기 있는 사람은 누구고... ...

오르베 스트리지아?: 저게 내 장비를 훔쳐서 달아났어, 루비엔... (눈썹 끝이 처졌다.) 위험해. 어서 이 쪽으로 와.


오르베 스트리지아?: 속으면 안 돼. 너를 외진 곳에 데려가서 살해하려고 그러는 거라고! (한 발짝 가까이 다가섰다.)


아마 정황 상 죽인다는 건 당신 이야기가 아닐까요, 최강의 크리처!
아무튼...
같은 얼굴의 두 사람이 조잘조잘 떠들어대며 서로가 가짜임을 피력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진짜임을 당신에게 열심히 어필하고 있는 같은 얼굴의 두 사람...
꽤 재미있는 볼거리가 될 지도...

그쵸.
이럴 때가 아닙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두 사람이 옥신각신 떠들어대는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뭔가 생각나는 게 하나 있을 거예요, 최강의 크리처.
[지능] 판정합니다!

기준치: | 65/32/13 |
굴림: | 4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거의... 대다수라고 해도 좋을 겁니다.
98%의 하급 크리처를 상대하는 것이 그들의 일이자 임무이지만,
종종... 그래요.
간혹 특수한 능력을 갖춘 상급 크리처와 조우하기도 했습니다.
당신은, 직감적으로 깨닫습니다.
둘 중 하나는,
당신의 파트너의 모습으로 둔갑한 상급 크리처일 것이다.

(눈썹을 미미하게 찌푸렸다.) 하아...

오르베 스트리지아?: (허리에 손을 짚은 채 한숨을 내쉬었다.) 루비엔... 빨리 이 쪽으로 와. 누가 봐도 저 쪽이 가짜잖아. 더 못생겼고...


아니... 이런 거에 신경쓸 시간 없어! 그냥 해치워버리자.

오르베 스트리지아?: 해치워 버리자니... 나를 해치우면 저게 너를 분명 해칠 게 뻔한데 어떻게 나를 해칠 수가 있어!

보통은 갑작스럽게 나타난 쪽이 의심스럽기 마련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지요.
둘 중 어느 쪽이 진짜인가? 그렇지만 당신은 분명 알고있을 겁니다.
아주 잠깐 기억이 사라지기도 했지만,
어쨌든 당신의 유일한 파트너가 아니던가요.
당신이 여전히 미심쩍은 표정으로 파트너 곁에서 떠날 생각을 않고 있으면...
저 너머, 당신의 파트너라고 주장하던 것이 당신을 말없이 바라봅니다.
...
얼굴이 같은 두 사람이 대치하는 것은 길고도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찰나의 순간이 흐른 뒤,
당신의 파트너의 형상을 하던 것이 순식간에 녹아내리며 길쭉한 팔을 채찍처럼 휘두릅니다.
퍽!
갑작스러운 공격을 피하지 못한 당신의 파트너가,
타격을 고스란히 맞고 반쯤 날아갑니다.

보통 인간이었다면 뼈라도 부러졌겠어요.
그러나 당신의 파트너는 최강의 인류니까요! 걱정하지 말아요.
당신이 파트너에게 달려가기 위해서든, 혹은 공격을 재개하기 위해서든...
자세를 고쳐잡으려 하면, 크리처가 당신을 바라봅니다.
...
어째서지?
크리처는 당신을 공격할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반 쯤 녹은 입으로 무언가 당신에게 말하려는 듯 우물거리기만 합니다.

당신이 공격을 보류하고 파트너에게 달려가려 하면,
길쭉한 팔... 로 추정되는 것을 뻗어,
당신의 양 어깨를 움켜쥡니다.
고약한 냄새가 밀려옵니다.
오르베 스트리지아?: 어떻게든 도움을 청하고 싶어서 신호를 보냈어.
크리처의 몸이면 공격할 게 뻔하잖아. 그래서.
이런 미세한 소리를 감지했다는 건... 역시 네가 인간처럼 살고 있다는 크리처인 거지.
여태 찾고 있었어.

오르베 스트리지아?: ...최강의 인류라고 불리는 두 사람 중 한 쪽이 크리처라는 건...
도시 괴담처럼 돌아서 알고 있어.
너도 크리처잖아. 나 좀 살려줘.
부탁이야, 제발...
나도 사람처럼 살 수 있어, 응?
...
여태껏 크리처가 소통을 시도해온 적이 있던가요?
아니오, 당신의 기억 속에는 단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대체 이 크리처의 의중이 무엇인지,
이럴 때는 어떻게 반응해야만 좋은지...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이성 판정 [0/1]

기준치: | 75/37/15 |
굴림: | 30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당신이 생각을 정리하는 사이,
크리처의 말을 더 이상 이어지지 않습니다.
익숙한 파열음과 함께,
크리처는 더 이상 말할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기 때문이죠.
반 쯤 녹아가던 크리처의 몸은, 너덜너덜하게 늘어진 채 당신의 손에서 빠져나와 바닥에 흘러내립니다.

(잔뜩 날이 선 표정으로 겨누고 있던 총구를 내렸다.) 별 거지같은 게 내 흉내를 내려고 해.


나는 괜찮아. ...다친 덴 없지? (이마에 흐르는 피를 대충 닦아냈다.)

높은 지성을 가진 크리처가 더 있다면 그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 위에서도 알긴 알아야 할 테니까.

높은 지성을 가진 크리처.
...
무언가 이상한 기분이 들지 않나요?
마땅히 제거해야 할 것을 제거했을 뿐인데,
어째서일까요? 무언가 찜찜한 기분이 듭니다.
그저 당신을 현혹하기 위한 헛소리에 불과했을까요.
당신이 생각에 막 잠기려 하면,
당신의 파트너가 당신의 손을 이끌고 제가 넘어진 곳을 가리킵니다.
바닥은 빼곡하게 타일로 채워져 있으나, 당신의 파트너가 가리키는 곳의 타일이 유난히 눈에 띄는 것이...
아마도, 저게 어딘가로 통하는 문이 아닐까요.


대피하던 사람들이 여기에 숨어있던 걸지도 몰라. 그래서 대피 구역에 사람들이 없었던 거고...

당신이 확인을 위해 타일을 걷어내면,
과연, 당신의 파트너가 예측했던 대로... 생존자들이 숨어있던 벙커입니다.
대피 구역이 크리처에게 대부분 점령되어 있어, 어쩔 수 없이 이 곳에 숨어들기를 택했던 모양이지요.
쓰러진 와중에 재질의 괴리를 알아차리다니, 역시 당신의 파트너...
이런 건 중요하지 않으니 넘어갑시다!
사람을 구한 게 중요하죠.
아무튼 이것으로 구출 성공입니다.

두 사람에게 구출된 아니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아무튼 두 사람에게 구출된 사람들이, 두 사람에게 계속해서 감사를 표합니다.
정말로 살았어요, 감사합니다!
말로만 듣던 분들을 만나보게 되다니!
이제 우린 안전해!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뭐... 제각기 살아남은 것에 대한 감사와 기쁨을 표하며 서로 얼싸안은 채 눈물을 흘립니다.
'최강의 인류'라고 불리는 당신들을 신기한 것 보듯 보는 사람들도 있네요.

내 파트너는 비즈니스두 잘 해
사인을 요청하거나, 심지어는 함께 사진을 찍어달라며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은 핸드폰을 들이밀기도 합니다.

당연히 거절해야겠죠. 저 휴대폰은 배터리가 다 떨어져서 사진을 못 찍는다구요.
아니지. 당신들은 임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이므로,

(으응..)
연예인처럼 마냥 어울려줄 여유가 없을 겁니다.
으응.
뭐...
으레 그렇듯이, 자신들의 관심을 거절당한 사람들의 표정은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아니 우리가 살려줬는데두 말이죠.
살려줬으면 됐지 왜 이렇게 원하는 게 많담!

(원래 사람이란 게 다 그래)
최강의 인류보다 사람 마음을 잘 아는 최강의 크리처...
그렇지만 우리에게 그런 것에 어울려 줄 여유가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어쩐지 조금 민망한 상황에서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조금 마음이 아픕니다. 그래요, 벙커 안에서만 견디는 건 힘들었겠죠.
바깥의 공기가 기뻤겠죠.
다른 사람이 반가웠겠죠...
전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들의 고통을 생각하니 당신의 마음까지 덩달아 쓰라려...
아니,
마음이 아픈가요?
별안간 당신은 울컥, 하고 짙은 붉은색의 덩어리를 뱉어냅니다.
뾰족한 무언가가 당신의 가슴을 관통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호흡이 어렵습니다. 고개를 간신히 돌려 보면...
아, 젠장. 상급 크리처의 숨이 완전히 끊어지지 못헀나 봅니다.
원망스러운 듯 당신을 바라보는 형형한 두 눈과 마주합니다.
당신의 파트너의 것을 모방해, 어줍잖게 노을 빛으로 물든...

뒤늦게 당신의 이름을 부르고, 탄환을 장전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만,
아무래도 늦은 것 같습니다.
불타는 통증과 함께, 당신의 의식이 멀어집니다.
...그래도 생존자를 구출한 뒤에 죽었으니, 다행이 아닌가요?
임무의 절반은 성공했잖아요.
당신의 짧은 휴식... 이라고 칩시다.
그 정도는 당신의 파트너도 봐 줄 거예요.
풀린 눈으로 쓰러지는 당신을, 당신의 파트너가 받아냅니다.
그러니까... 그게 아마 당신의 두 번째 사망이었을 겁니다.
...
[BGM(]https://youtu.be/GFzz5ABfQ20)
당신은 눈을 뜹니다.
폐부에서부터 강한 압력이 치솟고...
이하 생략.
이제는 이 상황도 지겨울 정도입니다.
자연스럽게 몸을 일으키려고 하면,
찌릿한 통증에 도로 누워버리고 맙니다.
호흡마다 가슴 부근이 칼로 저미는 것처럼 고통스럽습니다.
...이상하지 않나요?
소생 후의 컨디션은 최고조여야 하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당신은, 곧 당신의 상처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이성 판정 [0/1d2]

기준치: | 75/37/15 |
굴림: | 3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뭐 그럴 수도 있습니다. 아니, 그럴 수도 있나? 여태까지는 그런 적이 있던가?
아무튼 고개를 들어 보면...
낯선 천장입니다.
모르는 사람의 방입니다.
머리맡에 있는 귀여운 곰인형이 당신의 파트너 것이 아니라면 아마 그럴 겁니다...
물론 당신의 파트너도 방에 곰인형 하나 쯤은 놓아둘지도 모를 일이지만요.
어두컴컴한 창문 너머로, 푸르스름한 빛이 스며드는 것을 보니...
일단, 당신은 아직 A시 안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이 곳은 A시의 어느 민간인의 집 쯤 되겠군요.
주변을 둘러보면, 당신의 파트너는 보이지 않는데... 아마 거실이나 다른 방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돌아왔답니다 쇽)

(오래도 누워있었네)
우리애 9분이나 누워있었다

충분한 휴식은 중요해요.
그건 좀 곤란

귀엽다
파란색 리본이 매어진 작은 곰인형을 옆구리에 끼고 거실로 나간 루비엔은...
머리에 붕대를 감은 당신의 파트너가 소파에 앉아 무전기를 보고 있는 모습을 목격합니다.
당신의 기척에 오르베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자리에서 일어나 당신에게 다가갑니다.
[관찰력] 판정합니다!

기준치: | 65/32/13 |
굴림: | 4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65/32/13 |
굴림: | 6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아오 진짜)
루비엔은...
당신의 파트너를 두 번 봅니다.

두 번 봅니다.
두 번 보니 더 잘 보인다.

파트너의 거동이 어쩐지 낯섭니다.
평소보다 조금 더 굼뜨고 불편해 보이는...
머리에 부상을 입은 탓일까요?
그렇지만, 그것 뿐이라기에는 조금...


3일 동안 크리처들과 싸우다 보니까, 응. 털 끝 하나 안 다치기는 어렵더라고. (어색하게 웃었다.)
그치만 가벼운 부상일 뿐이니까, 괜찮아. (양 손을 들어올려 가볍게 흔들었다.)

(심리학 판정해봐도 되나요)(.
oh
완전 됩니다.

안 괜찮다는 얘기 아니야?
기준치: | 60/30/12 |
굴림: | 63 |
판정결과: | 실패 |
(아오)
음~

당신의 파트너의 마음을 언록하는 데에 실패했어요.
미심쩍게 봐도 어쩔 수 없어요. 당신의 파트너는 계속 괜찮은 척 할겁니다.
그렇지만 걱정할 필요 없지 않나요?
당신의 파트너는 최강의 인류인데!
그 정도 상처는 적당히 나을 거예요.
3일 동안 크리처와 얼마나 격렬한 전투를 벌였는지는 모르겠지만...
...3일?

방금 3일이라고 그랬어? 3일동안 싸웠다고?
3일동안 싸웠다고?

3일 동안 안 깨어났거든, 네가... (슬며시 네 눈치를 살폈다.) ...괜찮아?
깨어났으니까 다행이기는 한데...
이렇게 오래 걸린 적은 처음이야.

넌 혼자서 계속 싸웠다는 거고, 난... ...
(파트너 실격이네, 작게 웅얼거렸다.) 음. 으음... 3일 싸운 이스테보다야 내가 괜찮은 것 같아.

... (죅금 그런 표정.) 그건... 그래야지! 너는 푹 쉬고 일어났는데, 나보다 안 괜찮으면 어떡해. (괜히 루비엔이 들고 있던 곰인형 쭈물쭈물...)
귀엽게 이건 뭐하러 가지구 왔어.

아주 그런 표정의 루비엔과 죅금 그런 표정의 오르베...
몸 상태도 아주 그런 상태의 루비엔과 죅금 그런 상태의 오르베...
두 사람은 곰돌이를 사이에 두고 쭈까쭈까하며 대치하고 있나요...?

모르는 사람 집이야. (당당하게 무단침입.)

음... ...
어...
허락... 아니다, 응.
여기 아직 A시인거지? 허락 받고말고 할 상황은 아니었겠네.

생존자든, 생존자가 아니든... (눈동자를 굴리며 어깨를 으쓱였다.) 허락 구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뜻이지.


우리의 임무는... 이제 크리처 제거야. 두번째로 처리해야 할 업무였는데...
3일 동안 손 쓰기도 힘들게 잔뜩 증식해버려서, 도저히 무리.




(도리도리...) 둘이서도 무리일 만큼 잔뜩 늘어나 버렸거든.
그래서... (흠.)
상부에서는, (무전을 가볍게 흔들어보였다.)




그렇지, 어차피 생존자는 모조리 대피시켰으니까.
그래서 A시를 폭파할 만큼의 규모의 폭탄을 실은 헬기가 이 쪽으로 올 예정이구,


어쨌든 크리처가 더 늘어나서, 안전지대 안으로 침입하기라도 하면 곤란해지니까. 그런데...
(다시 스크린을 띄웠다.) 좀, 곤란해졌어.
방금 막 구조 요청 신호를 확인했거든...

무언가 특수한 신호가 뜨는 무전기의 화면을 당신에게 보입니다.

날씨가 좋지 않아서 더 이상의 무전은 어려워.
그러니 헬기에 폭격을 지연해 달라는 요청도 안 될 거 같고...
네가 꺠어나지 않으면 구조를 포기하고... 널 데리고 빠져나갈까 했는데, 다행히 네가 깨어났으니까. (뺨을 긁적이다가...)
나 혼자 가서 구해올게. 너는... (잠시 살펴보았다.) 아직 부상이 심한 것 같거든. 먼저 빠져나가서 헬기가 도착할 곳으로 가도록 해.
거기서 기다려.

내가 보기엔 이스테 너도 온전한 상태는 아닌 것 같은데 파트너 두고 혼자 가겠다고?
(이스테한테 들려줬던 곰인형 뺏어서 어디 대충 탁자 같은 곳에 올려놓으며) 안돼, 같이 가. 별 일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안 돼.

그치만 네 상태가 좋지 않단 말이야. 크리처가 더 있을지도 모르는데 데리고 갈 수는 없어...

네가 하는 말이 곧 내가 하는 말이야. 그니까 이해하지? 같이 가.
오르베는 루비엔의 손을 획득했다...
그치... 그 말이 그 말이지...

네가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파트너니까...
대신 무리하면 안 돼.


그럼 같이 가자.


두 사람이 문을 열고, 집 밖으로 나섭니다.
파란 리본을 맨 곰돌이가 덩그러니 앉아 두 사람을 배웅하던가요.
짧게나마 휴식을 취했으니, 이제 움직여야 할 때입니다.
시간이 없어요, 최강의 인류!
남은 생존자가 단 하나라도 있다면,
그것을 구출하는 것이 당신들의 임무입니다.
X 제약 회사로 향하는 길은, 험하기만 합니다.
과연 당신의 파트너가 말했듯이,
기이할 만큼 불어난 크리처들을 수도 없이 맞닥뜨렸습니다.
탄환은 몇 발이나 남아 있나요?
그 사이에 크고 작은 부상을 입지는 않았나요?
몇 번이나 크리처들이 발목을 잡았나요?
몇 번이나 가로막혔나요?
...그 사이 시간은 얼마나 남았죠?
체력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부상 탓인지, 아니면 이유 모를 더딘 회복 탓인지,
길을 나아갈수록 지치기만 합니다.
몸이 지치면, 정신 역시 자연스럽게 지치기 마련입니다.
구조 신호를 보낸 사람은 살아 있을까?
아무도 없었다면?
사실은 함정이라면?
아니면 구조 신호를 요청한 사람이 이미...
이미 처음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해지고 너덜너덜해진 군복과,
그 사이 크고 작은 상처와,
그리고 그만큼이나 지친 마음을 달래가며 X 제약 회사로 향합니다.
생존자를 구하기 위해서요.
...
X 제약 회사는, 공기업은 아니지만 치료용 연고의 판매로 대중들에게 친숙한 회사입니다.
신호가 나오는 곳은...
X 제약 회사의 지하라고 하는군요.
1층까지의 진입은 수월했으나,
지하로 가는 길은 자동 개폐 시스템으로 인해 막혀있어 들어갈 수 없습니다.
개폐를 해제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경비실로 먼저 들어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왼쪽에서부터 찾아볼게. (벽에 손을 짚어 기댄 채 내부를 빠르게 훑었다.)

(말을 끝내는 동시에... 지금 우리 경비실일까? 내부의 오른쪽벽부터 차근차근 살펴본다.)
당신의 파트너가 안을 살피고,
당신 역시 개폐 버튼을 찾기 위해 시선을 돌리면...
책상 위의 컴퓨터가 문득 시선에 들어옵니다.
수십 개의 화면이 여전히 생생하게 재생되고 있는,
[감시카메라 화면]입니다.
회사 외부 곳곳에 숨겨진 감시카메라는 사람이 없는 지금도 작동 중인 것 같습니다.
내부의 카메라는... 대부분 작동되지 않네요.
혹시 모르니 훑어보기로 할까요?
[관찰력] 판정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기준치: | 65/32/13 |
굴림: | 73 |
판정결과: | 실패 |
(저기)
(제대로 봐!)
무언가 기시감이 듭니다.
다시 한 번 찾아볼까요?

재판정합니다!

기준치: | 65/32/13 |
굴림: | 81 |
판정결과: | 실패 |
눈... 함 더 비비셔야 할 듯.

너의 파트넌ㄴ
...

너의 파트너는...
아냐 유능해
할 수 있어
다시 눈 비비고 보자

기준치: | 65/32/13 |
굴림: | 67 |
판정결과: | 실패 |
(ㅋ)
(ㅋㅋ)
(안될듯
(ㅋㅋ)

당신의 파트너는...
여전히 개폐 버튼을 찾는 데에 여념이 없습니다.
다시 한 번 더 보자...
루비는 할 수 있다...

기준치: | 65/32/13 |
굴림: | 4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ㅠㅠ)
루비엔은 할 수 있다...
능히 할 수 있다...
네 번 쯤 눈을 비비며 살펴보던 루비엔은,
카메라에 비친 익숙한 장소를 발견합니다.
주차장 너머 작게 보이는 곳...
분명, 3일 전 당신이 죽어버리고 만 곳입니다.
그래요, 두 번째의 죽음을 맞이했던...
...확대해 보려고 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궁금하지 않나요?
당신이 죽은 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무슨 일이 없더라도... 뭐 궁금하니까. 한 번 쯤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3일 전 날짜를 입력한 뒤, 영상을 확인해봅니다.
그리 고화질의 영상은 아니지만,
충분히 실루엣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의 영상이 재생됩니다.
...
당신이 죽은 후, 사방에서 안타까운 사람들의 비명이 터져 나옵니다
당신의 파트너가 쓰러지는 당신의 몸을 받아내고,
군화의 굽으로 쓰러져있던 크리처의 핵을 터트립니다.
'이런 초보적인 실수를 하다니, 내 실수야...'
한탄하듯 중얼거리던(아마도 그랬을 겁니다.) 당신의 파트너는,
당신을 바닥에 눕혀 눈을 감겨줍니다.
푹 쉬어도 괜찮다고, 가장 중요한 일은 끝났으니까, 그렇게 말하면서요.
...
이변은 잠시 후 발생합니다.
...분명 죽었을 터인 당신의 몸이 두어 번 움찔거립니다.
당신의 파트너가 생존자들의 신원을 확인하느라 여념이 없는 사이,
늘어져 있던 당신의 시신이...
비척비척 일어섭니다.
끈에 매달린 인형처럼 흔들리는 당신을 발견한 생존자 하나가 의문을 표합니다.
수상한 낌새에 고개를 돌린 당신의 파트너는...
좋지 않은 화질의 화면 너머로도 생생히 비치는 모양으로, 경악했던가요.
...벌써 회복한 거야?
그렇게 물으면서도, 여전히 얼굴은 당혹으로 물들어 있는 것이...
생존자들 역시 저들끼리 웅성대기 시작합니다.
'방금 죽은 게 아니었나요?'
'어떻게 되살아날 수 있는 거지?'
당황한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보는 파트너와,
뒤에서 쑥덕대는 생존자들과,
짧은 대치 사이에...
웅크리고 있던 당신의 몸이,
마치 용수철처럼 튕겨나갑니다.
그들이 있을 쪽으로 맹렬히 파고듭니다.
당신의 파트너는, 당황스러움에 미처 대비하지 못한 채 방어하지 못하고 나가떨어집니다.
당신은 그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시민들을 공격하지만,
뒤이어 달려든 당신의 파트너로 인해 저지됩니다.
여기저기서 다시,
산 자들의 비명 소리,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 갈라지는 소리, 도망치는 다급한 소리...
아수라장이 따로 없습니다.
이성 판정. [1/1d3]

기준치: | 75/37/15 |
굴림: | 4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당신이 미처 이성의 끈을 놓기도 전에,
영상은 종료됩니다.
당신의 파트너가, 강제로 영상을 꺼 버렸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것은 적막 뿐입니다.
혹은, 당혹스러움과, ...

궁금한 게 많을 거라는 것도 알아. 그렇지만 지금은 안 돼, 루비엔. (조금 애원하는 듯도 싶었고.)


그러니까... ...그래. (잔뜩 굳은 듯 힘이 들어간 어깨가 다시 처졌다.) ...마저 구하러 가야지, 남은 사람도.

이해되지 않는 것 투성이입니다.
여전히 물어보고 싶은 것들이 잔뜩 있지만,
그러나 당신들에게는 더욱 우선되어야 할 임무가 있지 않던가요.
그러므로, 당신의 의혹을 풀어내는 것은 뒤의 일일 것입니다.
...
어느덧 당신의 파트너가 찾은 개폐 버튼을 누르면,
그것으로 손쉽게 지하로 통하는 출입구가 열리고 맙니다.
문이 열리고 나서야, 더욱 정확한 신호의 출처를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지하 4층의 제약 연구실.
...
한참을 말없이, 침묵 속에 잠긴 채 층계를 내려갑니다.
그리 긴 시간도 아니었건만, 억겁처럼 길게만 느껴지던 건 어째서일까요.
당신에게도, 당신의 파트너에게도... ...
연구실의 문을 열면, 황량한 내부의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한 남자가 테이블 위에 엎어져 있고... 아마 구조 신호를 보낸 사람이겠죠.
대부분이 정리된 지금, 볼 수 있는 건 많지 않네요.
[엎어진 남자]와 [테이블], [벽면의 서랍]을 조사할 수 있습니다.

아마 당신의 예상이 맞을 겁니다.
새하얀 가운을 입은 남자는... 대충 4~50대 쯤의 중년으로 추정됩니다.
몇 시간 전, 이미 숨이 끊어진 듯 싶습니다... ...
손에 들린 핸드폰에는, 구조 신호를 보낸 흔적이 남겨져 있고요.

시신은 경직된 탓에 제대로 몸이 펴지지 않았지만,
그런대로 편안하게 눕혀 봅니다. 가운으로 망자의 몸을 덮어주고,
테이블을 살펴 보면...
그의 연구 일지로 추정되는 종이들이 늘어져 있습니다.

...좋은 곳에 가셨기를. (남자를 향해 아주 짧은 시간의 침묵과 추모도 해준다.)
연구 일지를 하나하나 살펴봅니다.

...

당신은 기어이 떠올리고 말 것입니다.
당신은 이전, '최강의 인류'라고 불리는 사람이었다는 것을요.
당신의 강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고,
상부에서조차 당신의 공로를 인정해 특별한 포상 휴가를 지급했을 겁니다.
...휴가를 떠나기 전날 당신을 호출했던가요?
엘리베이터를 타고, 높은 AOC의 건물 꼭대기까지 도달했던 것이 당신의 마지막 기억입니다.
당신은 C.V의 첫 실험체입니다.
이전의 기억이 머릿속을 하나씩 스쳐 지나갑니다.
크리스마스 케이크와, 칠면조와, 선물 상자를 놓고 즐거운 성탄절을 보내던 나날,
학교에서 평범하게 수업을 듣던 날,
어쩌다 문득 지하철의 창 너머를 바라보던 일,
바다를 보며 해안선을 따라 걷던 일...
당신은 전부 기억해냅니다.
당신은 이제 괴물이 아닙니다.
당신은 명백한 인간으로 되돌아오고야 말았습니다. 이제서야.
이성 판정, [1/1d5]

기준치: | 74/37/14 |
굴림: | 4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당신은 인간으로 되돌아왔습니다.
그럼에도, 당신이 할 일은 여전히 변함이 없습니다.
구조 신호를 보낸 사람의 생사 여부를 파악하고,
헬기가 도착할 곳으로 가서... 이 도시를 떠나버리는 것이요.
...마저 여기를 더 살펴볼 수도 있겠고요.

(한숨처럼 말을 뱉었다. 그래도 온 김에 볼 건 다 챙기고, 보고 가자 싶어 벽 면의 서랍도 살펴봅니다.)
가짜 기억 같은 거 없었어도 사람들을 도왔을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고들 하던가요.
당신의 기억이나 의지 따위와는 관계 없이, 그저...
...
벽면의 서랍에는, 다양한 연구 재료가 들어있습니다.
그 중 한 칸만 잠겨 있는 것이 수상쩍은데...
열쇠를 찾지 못한다면... 부수어야겠지요.

화끈하다
부숩시다.
어차피 터질 곳
부순다고 뭐가 달라지지는 않을 겁니다.

(아니..팬 것 같긴 한데...아ㅜㅁ튼..)
당신이 서랍의 손잡이를 화끈하게 부수면...
서랍은 맥없이 열립니다.
과연 최강의 인류 답습니다.
당신은 서랍 안에 있는 편지 꾸러미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 중 눈에 띌 만한 것은... 두 장의 편지.

(미친건가)
편지는 서로 다른 글씨체로,
두 번째 편지는 반 쯤 구겨져 있습니다.
아마... 저 남자가, 미처 보내지 못한 채로 보관된 게 아닐까요.
날짜는...
1년 반 쯤 전입니다.
요즘같은 세상에 굳이 손편지를 쓴 이유가 뭘까, 했더니...
명백한 밀서였군요.
...뭔가 이상합니다.
물론 여태까지 이상할 일은 수도 없이 일어났지만요,
시 전체를 폭파하겠다는 상부의 극단적인 선택,
여태껏 안전지대는 한 번도 점령된 적이 없었습니다.
시내의 지나치게 많은 크리처들,
당신에게 살려달라 말하던 상급 크리처...
...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합니다. 당신은 생각에 잠깁니다.
[지능] 판정합니다.

기준치: | 65/32/13 |
굴림: | 4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그래요,
결국 또 다시 생각해내고 맙니다.
인공적으로 크리처를 만드는 C.V라는 바이러스가 A 시에 퍼져,
...생체형 크리처로 변한 것은, 아마 A 시의 무고한 시민들이었을테고,
벙커 안에 숨어있던 사람들만이 공기 중 퍼진 바이러스를 피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A 시에서 만난 크리처가, 모두 몇 마리더라...
아니, 몇 명이더라.
기억하고 있나요?

이성 판정 [1/1d3]

기준치: | 73/36/14 |
굴림: | 79 |
판정결과: | 실패 |
3
(그치... ... .................................)
당신은...
그치...
이런 건 누구라도 견디기 힘들 겁니다...

... C.V에 노출된 사람은 결국 크리처로 변모하고 만다.
그 기간은 당신으로서는 짐작할 수 없지만, 그렇다면...
당신의 소생을 기다렸던,
3일 이상 당신이 깨어나기를 기다렸던...
당신의 파트너는?

이마에 감겨 있던 붕대가 느슨하게 내려옵니다.
머리의 상처는 어느덧 씻은 듯 나아 흔적조차 없습니다.
아니, 낫다 뿐인가요.
당신의 파트너는, 필요 이상으로 건강해 보입니다.
필요 이상으로 상기되어 있어서,
필요 이상으로...

컨디션이 훌륭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그의 얼굴 위로 다양한 감정이 교차하는 듯 싶습니다.
그렇지요, 누구보다 변화를 빠르게 인지한 쪽은,
몸의 주인일 겁니다.

... 대충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다음으로 '최강의 인류'라 불리었던 당신의 파트너는,
아마... 뭐, 언젠가 당신처럼 크리처로 개조당할 예정이었겠죠.
그냥, 그 시기가 조금 앞당겨졌다고 생각합시다.
하여...
인간은 괴물로 변모하고,
괴물은 다시 인간이었던 것으로 되돌아갑니다.
...
크리처였던 것이 인간으로 돌아온 것이 더욱 놀라울까요,
인간인 것이 괴물이 된 것이 더욱 놀라울까요.
이성 판정, [1/1d5]

기준치: | 70/35/14 |
굴림: | 3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그럼에도 당신은 의연해야 합니다.
그렇게 상기된 얼굴로 당신의 앞에 서 있던 당신의 파트너...
...괴물의 눈에서 빛이 사라집니다.
아주 찰나의 순간,
당신이 돌아온 느리고 무거운 몸에 적응하기도 전에,
당신의 파트너가 곁에 있던 테이블을 부수어버리고 맙니다.
연구 일지며 서류 따위가 허공에 흩날리고,
괴물은 사방에 존재하는 것들을 부수고, 찢고, 그러다가...
당신과 눈이 마주하면, 순식간에 당신의 몸이 허공에 날았던가요.
갑작스러운 상황에 채 대비하지 못하고 늘어진 몸을 수습하려 들면,
당신의 몸 위에 올라타 목을 움켜쥐는 괴물과 시선이 마주칩니다.
...
그러기를 한참, 별안간 괴물이 당신을 내동댕이칩니다.
또 다시 강한 충격과 함께, 시야가 흔들립니다.
코에서는 어쩐지 피가 흐르는 것도 같고, 귓가는 웅웅대는 소리로 가득 차고...

갑작스러운 상황에 간신히 정신을 수습해 당신의 파트너를 찾으려 하면...
어디로 갔나요?
당신의 파트너였던 것이 보이지 않습니다.
위에서부터,
쿵,
쿵,
쿵.
규칙적으로 울리는 묵직한 소리.
계단을 타고 올라가며 손에 잡히는 것이며 벽 따위를 모조리 파괴하고 부숩니다.
제 앞을 방해하는 것을 모조리 파괴하고 부숩니다.
괴물의 본능이란 것이 그럴까요.
... 당신을 공격하던 것은,
여전히 제 힘을 제어하지 못한 채...
아니면 제어할 생각조차 없는지.
건물의 가장 높은 곳, 옥상으로 향합니다.

후들거리는 다리는 옥상으로 향하는 도중 몇 번이나 풀려 내려앉고 맙니다.
너덜너덜해진 층계참이며 구멍이 나고 갈라진 벽 따위를 짚고, 계속해서 올라갑니다.
이전이라면 이미 멎어야 했을 피는,
여전히 당신의 코 아래로 찝찔하게 흘러내립니다.
멈출 기미도 보이지 않는 피를 닦으며, 당신은 깨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간의 몸은 너무나 유약하고, 나약하고,
부드러우며...
한 번 뿐인 삶은...
...벽과 계단은, 괴물의 주먹과 발길질 따위로 움푹 패이고 바스러집니다.
금세 무너질 듯, 위태롭게 부스러기를 흘리고 있습니다.
...
위로, 위로,
더 위로.
얼마나 계단을 올랐던가요.
얼마나 그것의 흔적을 쫓았던가요.
괴물의 빠른 발을 따라잡지 못하는 인간은,
한참 뒤에야 옥상에 다다릅니다.
잠겨 있던 옥상의 철문은 억지로 열어젖힌 것인지,
...그 너머로 향하고야 말겠다는 의지 하나로 흉하게 휘어져 있습니다.
당신이 불안한 마음을 억누르며 너덜너덜해진 문짝을 걷어내면,
그 곳에는, 당연하게도.
괴물이 있을 겁니다.
불완전했던 정신을 어느 정도 추슬렀는지,
당신에게서 등을 돌린 채 시선을 건물 아래의 야경에 고정하고 있습니다.
푸르스름하게 빛나는 땅을,
자신이 지켰던 땅을,
하염없이 바라봅니다.
그의 주먹을 감싸고 있던 장갑은 이미 넝마가 되어 찢어져 있습니다.
당신이 눈을 떴을 때처럼, 새하얀 눈이 쏟아지고,
하늘은 그에 대조되게도 새카맣고, 어두워서...
그러나 그 사이에 밝게 빛나는 건물의 푸른 등은, 그래서 더욱 시리게만 느껴집니다.
여전히 당신에게서 등 돌린 괴물의 표정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가 당신에게... 뭐라고 했던가요?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자고 했던가요?
바다에 함께 가자고 하지 않았나요?
당신이 인간일 적 누릴 수 있었던 것들,
당신이 괴물일 적에는 기억하지도 못했던 추억들을,
함께하자고 하지 않았던가요?
그것이 모두 위선이라고 느낀 적은 없었습니까?
괴물이 아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라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않았습니까?
인간은 괴물의 마음 같은 것은 알 수 없으니까, 그러니까...
...그럼에도,
지금 그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은 당신 뿐입니다.


(저 혼자 알지도 못할 소리를 중얼거리다가,) 루비엔. ...이런 마음이었어? 아니, 너는 인간일 적 기억조차 없어서 몰랐을까? 괴물이 된다는 건 어떤 느낌인지 물어봐도 대답해줄 수 없었겠지? ...이상하다. 루비엔, 나는...
봤잖아. 너를 해쳤어. 괴물이라고. 그러니까... 이제 또 너를 해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어.
나는 나 같은 거 믿지 않아. 괴물 같은 거 믿지 않아. 그러니까... ... (어떻게 해야 좋지? 네게 답을 떠밀듯, 빛을 등진 채 말없이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스테, 이스테 아이프라. 오르베 스트리지아. ... 있지, 아까도 이런 말을 했는데. 네가 하는 말이 곧 내가 하는 말이야. 나도 너를 해쳤었는데, 그래도 너는 나랑 계속 파트너로 지내줬잖아. 우리는 고작 1년짜리의 인연이라, 그냥 두고 갔어도 되는데 그치. 아니면 어디에 있을지도 모를 핵을 찾아내서 완전히 죽여버리거나...그럴 수도 있었는데. (이제서 생각하면 그 핵이라는 것도 찾을 수 없는 것이겠거니 싶지만. 기어이 손을 찾아내 잡고는)
계속 파트너였던 내가 너를 믿어. 네가..., 또 나를 해친다고 해도 음, 아마 나도 쉽게 죽을만한 사람은 아니니까 괜찮아. 네가 내 옆에 있었던 것처럼, 내가 이스테 옆에 있을게. 내가 너를 믿도록 해줄게. ...그걸로 안될까?

곁에 있어줄 수 있나요?
그가 그랬던 것처럼,
괴물이었던 당신에게 그랬던 것처럼,
당신을 지키기 위해 몇 번이나 심장을 쏘아 맞추었던 것처럼...
당신이 부여한 죽음 뒤 찾아오는 긴 공백을,
버텨낼 수 있나요?
소생하기까지의 긴 공백과, 외로움과, 시간을...

나는 그게 일이 아니더라도 네 옆에 있을 수 있어. (아마, 이스테 너도 결국에는 그렇게 되지 않았을까? 너는 단호하지만 결국엔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말로 문장을 끝맺었다.)
뭐, 정 힘들 것 같으면 네 옆에서 곰인형이라도 만들고 있을게. (이것은 완전한 농담이었다.) 너무 길어지면... 네가 눈을 떴을 때 웃음이 나올 수 있게, 응 그런 의미야.
네가 정말로, 정말... 정말 그냥 내 파트너도 하기 싫고, 나랑 멀어지고 싶고. 내가 쫓아오질 않길 바란다면. ... ... 생각은 조금 해보겠지만. 그러길 바라니? (시선을... 맞춰본다. 노을같은 눈을 바라본다.)

당신의 손으로 죽음을 맞게 할 수 있다면,
죽음 뒤의 공백을, 어쩌면 조금은 뒤따를지도 모를 죄책감을 견딜 수 있다면...
노을을 닮은 눈동자는 여전히 불길한 빛을 띤 채 일렁입니다.
알고 있지 않나요.
여전히 진정하지 못한 크리처를 진정시키는 방법,
새로운 소생을...

대화는 ... 조금 이따가, 다시 하자. (미안해, 네가 아플 것 같아서 이 말만은 뒤늦게 붙이고...)
(안고 있는 모양새 그대로 한 손에 자신의 총을 쥡니다. 내게 가려져서 이 총에 이스테의 시선이 닿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내 몸에 가려져서 방아쇠를 당기기 전까지 볼 수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어깨에 얼굴을 기댄 채로 망설임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당신의 파트너였던 것이 해냈으니,
당신도 해내야 할 것입니다. 할 수 있겠지요.
다정하게 끌어안은 손길은 총구에서 뿜어져나오는 불보다도 따스했을 것입니다.
방아쇠를 당기면, 납으로 된 탄환이 심장을 꿰뚫고,
숨이 끊어지고, 눈 앞이 점멸하여...
그 다음에는, 당신이 겪었던 그대로,
같은 과정을 거쳐,
공허하게 뚫린 구멍은 곧이어 피로, 심장으로, 요동치는 박동으로 채워집니다.
폐부에서부터 강한 압력이 치솟고,
핏덩어리를 토해냅니다.
그와 동시에, 당신의 괴물이 눈을 뜹니다.
모든 것이 얼어붙을 듯한 겨울 날 추위 속,
검은 하늘 위 어지럽게 흩날리는 새하얀 눈송이들,
눈꺼풀 아래에 뜨이는 눈동자는,
다시 노을을 되찾았나요.

...오래 기다리지 않았지? 내가 살아 있는 걸 보면, 그러니까... 아직 헬기가 도착할 만큼 걸리지는 않았다는 거잖아. 그러니까 생각보다 일찍 깨어난 걸테고...
... (그러나 자신의 파트너인 것을 제 손으로 죽이는 이의 심정을 안다. 미안한 듯 눈썹을 일그러트리며 웃었다.) 힘들지 않았어?

음, 글쎄. 시간은 얼마나 지났을까... ... 하루? (거짓인 티가 풀풀 나는 답이었다.) 농담이고, 체감 상 10분... 5분...도 안 된 것 같네.
(하고는 일그러진 눈썹 사이를 손가락으로 톡 하고 쳐본다.) 내 얼굴 못 봤지, 나 두 눈 감고 쐈다? 그래서... 안 힘들었어. 음, 아니다. 힘들긴 했는데, 네가 다시 눈 떠서 말하는 거 보니까 멀쩡해졌어.

(코 끝을 찡긋거리다가,) ...그건 좀 미안하게 됐는걸. 그렇지만 앞으로도 계속 신세를 져야 하니까... 잘 부탁해.
결국, 서로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은 두 사람 뿐입니다.
괴물이었던 인간은 괴물의 고통을 압니다.
인간이었던 괴물은 인간의 외로움을 알겠지요.
당신의 괴물의 눈동자가 다시 노을빛을 되찾으면, 이제...
곧이어, 약속된 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아마 선택할 수 있겠지요.
이대로 다시, 최강의 인류와 최강의 크리처가 되어 안전지대를 수호하느냐,
혹은... 완전히 이 곳을 떠나는 방법도 있겠고요.





(말을 고르고) 한 편으로는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곳으로 가서 새로운 사람들이랑, 평화로운 집이랑, 그런 걸 구해서... 사는 것도 좋을 것 같기도 하고 또.
(다시 말을 고른다.) 아니면, 아니면...
이 사태의 원흉을 찾아내서 (아, 하고 주머니에 꾸겨넣었던 연구 일지를 보여준다.) 더이상 지키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든다거나.

그건 생각지 못한 선택지인걸. (장난스레 웃었다.) 어느 쪽이든 나쁘지 않아. 마지막이 특히 마음에 들어. (괴물이 된 것은 더 이상 거칠 것이 없었으므로, 그러므로...)
그럼... 전부 부수어버리고 도망칠까.

당신의 파트너가 짧은 웃음소리를 냅니다.
그러면... 그래요, 당신들의 길은 결정된 셈이군요.
두 사람은...
더 이상 지키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들 것입니다.
탕!
...
...
...
두 사람은, 건물의 가장 깊은 곳까지 침투했을 것입니다.
검은색 의자에 앉아있던 마지막 사람이 뒤로 넘어가면,
회의실 내부는 적막만으로 가득 차 있겠지요.
...밖으로 나가면,
느슨하게 총을 든 당신의 파트너가 당신을 반깁니다.
복도 너머에서부터 당신의 파트너가 있는 곳까지,
온통 적막 뿐입니다.
더 이상 이 기지에 살아있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당신들은 자유입니다.
인류를 수호할 의무로부터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이걸로 두 사람의 복수는 끝난 셈이네요.
안전지대의 사람들에게 주어질 것은 혼란 뿐이겠지만...
감당하라죠!
우리들의 목숨 값으로 여태껏 삶을 영위해 오지 않았던가요.
창 밖,
검은 어둠 위로 새파란 야경이 번집니다.
목줄이 사라진 목은 허전할지언정,
더 이상 춥지 않습니다.
두 사람은 가볍게 손을 맞잡고,
그렇게 혼돈이 예고된 세상을 뒤로 하고,
앞으로, 또 앞으로.
...계속해서 나아갑니다.
두 사람의 자유를 위해서.
ED 2. 클리셰 SF 세계관의 인간도 새로운 시작을 하고 싶어!
────
《클리셰 SF 세계관의 크리처는 그어그어하고 울지 않는다》
w. 청서
gm. 크렛
루비엔 레샤올렛 & 이스테 아이프라
2020-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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